Monday, December 22, 2008

벤쿠버에 눈이 정말 많이 왔어요!




제가 살고 있는 벤쿠버에 눈이 정말 많이 왔어요. 벤쿠버에서 13년이 넘게 살았지만 겨울에 눈이 많이 온 것은 손에 꼽을만 하답니다. 집 앞 눈을 다 치우고 들어왔는데 율리 알빈이가 이웃집 눈이 하나도 치워지지 않은 것을 보고 치워주고 싶다고 하길래 날씨도 춥고 해서 걱정도 되었지만 기특한 마음에 알아서 해보라고 허락을 해주었답니다. 한 시간, 한 시간 반이 지나도 아이들이 돌아오지 않아서 창문을 열고 두 아이 이름을 불렀답니다. 대답이 없길래 40대 한국 여인네의 거친 음성으로 "율리야 알빈아" 하고 악을 썼더니 짜증스런 대답이 들려옵니다. 그래서 10분 이내로 들어오라고 협박을 하고 책상에 앉아있는데 전화벨이 울립니다. 받아보니 딸아이의 음성이 들립니다. 그 어눌한 한국말로 "엄마?" "응" "엄마, 밖에 다른 사람이 있는 곳에서는 yelling하지 마세요. Communication에 아무 도움 안돼요." "응, 엄만 너네가 대답이 없길래..." "곧 들어갈께요. 일은 complete 해야 돼잖아요." "그래, 알았어..." 웽???


난 늘 그렇다. 아이들에게 체면이 안 설 때가 있다. 이 급하디 급하고 이기적인 모성애 땜시...


좀 미안한 마음에 얼른 핫초코를 타서 딸아이 셀로 전화를 했다. 딸아이가 왔다. "이거 둘이 나눠마시고, 그래 시간이 얼마나 더 필요하니?" 라고 했더니 딸아이가 "Thanks, mom" 하면서 20분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애고 뭣 땀시 사서 저 고생인가..." 하고 아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꾹 참기로 했다. 창문 귀퉁이를 통해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두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키가 작은 아들 녀석은 자기 보다 더 큰 shovel 을 열심히 움직여댔다. 기특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혹시나 감기나 걸리지 않을까 내심 걱정이 되었다. 한참 후 다시 한 30분쯤 되었을까, 두 아이가 재잘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여기 저기 눈을 터느라 분주했다. 그리고 딸아이가 5불 짜리 지폐를 아들 녀석에게 훽 던졌다. 보아하니 $10을 수고비로 받은 모양이다. 그래서 물었다. "웬 돈?" 딸아이가 설명하기를, "그냥 공짜로 해주는 것이라고 했는데도 $10을 주었단다." 그래서 내가 다시 "그래 올 겨울 내내 눈 좀 많이 왔으면 좋겠네, 우리 율리 알빈이 용돈 좀 많이 벌게."


아이들의 건강한 정신과 건전한 사고 그리고 깨끗한 영혼과의 교류 속에서 난 가끔 부족한 어머니임이 부끄러울 때도 있고 때론 그런 아이들의 어머니임이 자랑스러울 때도 있다. 난 어린날 우리 어머니께 어떤 딸이었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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